* 5년 후, 믹 독백느낌으로 적었어요!

* 중간중간에 러닝중 역극 + 애프터 썰로 몇몇 친구들과의 서사 날조를 한 부분이 꽤... 많습니다! 혹시 불편하시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시정하겠습니다.

5년,

 딱 5년전, 메테르가 없을 세상의 실마리를 찾아 돌아온 32기 트라이안테. 새로운 태양이라고 불렸던... 때가 있었다. 믹 알폰스. 물론- 지금은 현역이 아니라고 본인이 자부한다. 대원에서 완전히 은퇴한 것은 아니었지만, 거의 헤르난 아카데미에서 교수직을 맡고있고, 대규모 원정이나 크레이터의 쉐다르. 재토벌 같은 일이 생기면, 호출되어 종종 불러가곤 했으니 말이다. 인력을 충당할 새로운 후배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도, 경험을 쌓기엔 5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니 말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메테르를 볼 일이 생기면 세상 잃은 얼굴로 선배들을 원망하는 일도 잦았다. 아직 스물 다섯인데 고참대원인게 말인가? 원망 끝에도, 결국 동기들을 다시 보게되서 기쁜 마음으로 임하게 된다. 아, 물론 메테르가 무서운건 별개다. 할아버지.... 집 가고싶어요.

 그렇게 - 수많은 해와 달이 뜨고, 오늘도 오늘의 달이 떴다. 여전히 글씨는 개발새발 메테르 언어마냥 적어내려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진 점을 말해보려고 한다. 일단 공유 일기를 다시 쓰게 된 점, 앞서 말했던 것처럼, 헤르난 아카데미에서 교수직으로 일하게 되었다는 것과 아무튼! 무언가 많이 바뀌었다.

 적어도, 매일매일을 메테르- 앞에서 벌벌떨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최고의 발전이다. 후, 이제 앞으로 안보게, 확 은퇴할거라고! 절대! 절.....대!!!

처음으로 공유 일기.

 맥과 메릴. 그 외에 많은 인격들에 대해서는, 이제 타인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솔직히 아직도... 내 몸에 다른 누가 있는 기분인데다가- 능력을 쓰고 다시 내 모습으로 돌아오면 느껴지는 고양감에 미치겠지만, 어쩔 수 있겠나. 이 불법거주 인격들을 쫓아낼 수도 없고..., 마음 같아서는 다 쫓아내고싶다. 이로 인해, 매주 심리 치료에 태오 이모와 주치의 은총에게도 약물 치료나 소통하는 방향으로 권유받고있으니... 그, 어쩔 수 없이 하는것이다.

다음으로 치료에 관한 것.

 여전히 잃은 왼팔에 대해서는 생활에 대한 불편함이 뒤따라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것같다. 17년을 함께한 팔이 사라져버렸는데, 앞으로 10년은 더 지내야 덜 할까. 아직도 내 왼팔이 느껴지고, 이로인해 환상통이 같이 따라오곤하지만- 같은 동기인 주치의 덕분에 금세 완화된다. 32기 치유계 루멘 동기들이 없었다면, 삶이 고달프지않았을까. 많이금 생각한다. 능력으로 인한 성장통도 고달픈데 환상통까지, 맨정신으로 버티려면 - 환장하게 된다. 내가 생각해도... 맨정신은 아닌 것 같다만은. 아! 맥, 그만 말해봐. 메릴.... 제발.

두번째로는 헤르난 아카데미.

 보조교수였던 내가, 이제는 어엿한 교수로 일하고있다. 아직도 제자들에게는 겁쟁이 교수님! 이라고 불리는 모양이지만, 우훗! 작고 귀여운 제자들이 수업이 끝날 쯤에 하는 나의 현역담을 듣기 시작하면, 수업도 안듣고 계속 이야기해달라고 조르는 통에 너무 좋다. 아, 물론- 그렇게 1시간을 통째로 빼먹는 통에... 힐다 교수님에게 불려가 몸이 피곤한 하루가 된 적이 있었다. 보조 교수 때와는 다르게, 이곳에도 낯익은 얼굴들이 꽤 늘었다. 몇 년을 함께한 동기들 말이다. 생각나는데로 말한다면...교관 중에 같이 5팀으로 활동했던 론이 있다. 론과는 제자들을 데리고 체력단련 과제를 내기위해- 안전담당겸 감시교관으로 넘기는 일이 허다한데, 가끔은 제자들의 입바람에 못이겨 대련을 몇 번 하곤했었다. 했었다. 그 이유는 그 뒤로는 의무실에서 일어나서 뒷 내용은 잘 모른다. ... 사실 알 것같다만, 알기를 포기하자. 세상엔 진실을 모르는 일이 더 나은 법이 있을 때가 많은 법이다. 그리고, 다른 교수로써 에단도 있다. 역시 에단. 제자들에게도 꽤 인기가 많은 모양이다. 복도를 지나가다보면 분위기가 좋아보이곤 했다. 그리고, 종종 치유계 루멘들의 수업을 위해 방문하는 루카도 있다. 보조 교수때도 조언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었는데, 수업을 하는 모습을 보니 더 듬직하다. 음,... 우리 반 제자들도 다 맡겨야지. 루카, 고마워! 수업이 끝나고, 교무실에서 삼삼오오 모여 느긋하게 차 한잔을 마시면서, 수업때의 일을 디저트 마냥 이야기하는 소소한 즐거움을 즐기고있다. 이 일상이 영원히 가기를.

 아, 가끔 빵모자와 열었던 사업으로써 명필, 유서로 소소히 돈을 벌고있다. 처음에는 장사가 너무 안되기를... 조금 내렸더니, 제자들에게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학교측에서 재적 경고을 조금 먹었지만. 뭐 어떤가. 사회는 이런 것이다. 제자들아. 너희들 덕분에, 이 믹 알폰스가 살아간다.

 음... 그 솔리스를 페리형이 운영하는, 카지노라는 사업에 다 잃고있지만- 어쩌겠어. 이곳에는 종종 청소목적으로 들리곤 한다. 가끔 가족비법-이란 걸듣고 벌기도하는데 기분에 꽤 괜찮다. 아, 버는 날이 있으면... 잃는 날이 있는 것이다. 월급은 빼고, 저질렀으니 카이딘은 모르겠지?

세번째로는 새로운 보금자리.

 극대기를 맞이해, 작은 가족들과 함께 새로 독립하게된 11구역. 불타버렸었다. 소지품도, 가구도 남은 것 하나없이. 역시, 불행은 예측하지못할 때 덮친다는 말이 사실인가보다. 그래도- 인견묘피해는 없었으니 그거하나는 다행이었다는 점이다. ...이것도 머나먼, 과거가 되어버렸지만, 현재는 14구에 4인용 주거구역을 받아- 여전히 카이딘과 일이삼사오육칠팔구십십일십이랑 같이 살고있다. 왜 이렇게 늘었는가? ... 묻지 말아줘. 나도, 모르겠다. 나에겐 그랬다. 언제부턴가 - 가족은 예정없이 찾아오고, 예정없이 떠났다. 떠난다. 그러고보니, ... 동물들에게는 5년이란 시간은 꽤 긴 시간이라고 한다. 새로운 순환이 찾아오고, 나는 준비할틈도 없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던 일이 있었다. 그 것도 꽤 최근에 ... 처음에는, 야근해서 돌아온 카이딘이 발견했었는데- 이 날은 상당히 충격이었었다. 애들이 나이가 들어, 움직이기 힘들어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너희들 마음대로 주거침입해서 살땐 언제고, 갈땐 제멋대로 훌쩍 가버리는지.

지금은 감정들을 조금 사리고, 일상을 잘 보내고있다. 아이들을 돌보려면, 솔리스가 필요하다. ... 오늘도 돌아가면, 어떤 난장판의 집이 기다릴지 기대된다. 이녀석들. 내일은 주말이니- 로건과 로스랑 같이 산책해보자고 이야기해봐야겠다.

마지막으로는 고향. 스캬마리.

 나의 소꿉친구, 솔의 소식이후에 에단과의 약속이 있었다. 언젠간, 스캬마리에 돌아가서 모두를 위한 장례를 바다에서 치뤄주자고-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늘 넣었던 서류를 통해 곧 팀을 꾸려 간다고한다. 메테르를 만나는건 무섭고, 절대 만나지않겠다고 먹었다만은... 다시 돌아가고 싶은건 어쩔 수 없나보다. 그래도, 이번에는 메테르를 보면 누구보다 빠르게 도망칠것이다. 원망말라고-! 미리 말해뒀어.

내일도, 모레도, 여전히 태양은 뜨고 진다.

스물 다섯의 믹 알폰스.

메테르를 묘사해둔 부분이 있습니다.

* 장소는 의무실입니다!

​

“원망도 반성도 살아있어야 할 수 있는거니까.”

...

이어서 들려오는 대답. 아랫입술을 짓무르고- 누군가가 머리를 누르는 압박감에 시선은 바닥에 떨어졌다. 어쩌면, 아래로 늘어뜨려 주먹을 쥔 손에서 피가 흘렀을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혼자라도 살고 싶다는 욕심과 모두가 함께 살았으면 하는 바람. 자신이 말한, 대답들 마저- 덤덤히 지킬 용기가 나지 않는 겁쟁이로서 당연하게 따라온 대답마저도 죄책감이 따라오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생사를 오르내리는 이 대화의 주제가 적어도 웃을만한 것은 아니라. 그리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바닥에서 다시 네 얼굴로-. 옮겨가는 시야가 고정되어 꼼짝 못 하는 건 한순간이었다. ...왜? 웃는 거야? 훌쩍 사라질 것 같다는 묘한 기시감에 입안이 바짝 타들어 갔다.

“...그렇겠지, 원망도.. 반성도, 살아있어야 가능할 테니까....ㄹ”

화제를 돌리기 위해 꺼내려던 해결책은, 실천되지 못한 체- 입 안에서 맴돌기만 했다. ...리타. 막지 못했으니, 그 걱정과 불안감이 현실로 바짝 다가오는 건, 한순간이었다. 왜, 다들, 자신 살 생각보다 남을 살리는 걸 우선순위로 두는 거지? 메테르에게 죽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 늘, 네게서 나오는 말... 모든 것들은 ...

“기회가 생긴다면 전력을 다해 도망가. 내가 한 명 정도는 봐줄 수 있을 거야.”

울렁거린다. 내 시력이 그새 나빠졌던가? 렌즈에 금이 갔던가? 시야 너머의 리타가 어지러이 흐트러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분명 잘 보이는데도. 그렇게 느꼈다. 제 앞의 동료리타가 나열하는 이야기와 단어들은 머릿 속에서 뒤죽박죽 섞여, 언어로 인지되지 않았다. 이명과 흐트러지는 시야에 일그러져가는 표정.

삐- 정적 속의 ■■이 울려퍼지고, 머릿 속이 너무나도 개운해졌다.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있었는지, 어떤 표정을 짓고있었는지, 왜 리타와 대화를 하고있었는지 이유조차. 하나도 남기지 않고, 백색 종이가 되어 알 수없는 미묘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상황을 둘러봤다.

"나처럼?"

장난스레 이어지는 말과 웃고 있는 상대의 얼굴. 아, 재밌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가? 웃어야지.

...

“아하하, 리타. 그렇지.”

글 : 지인 지원

주의 :영구 부상에 대한 서술이 포함되어있습니다.

빌레타 40년은 다른 해에 비해 유독 바쁜 해였다. 기존 숙련 대원들의 대다수 사망, 부족해지는 자원, 다가오는 극대기. 모든 것들을 대비하기엔 남아있는 사람도, 시간도, 모든게 모자랐다. 견습대원에 불과했던 믹을 포함한 그의 동기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제대로 준비조차 할 수 없이 숙련대원의 일들을 떠맡아야했다. 은퇴하거나 행정부로 이관했던 이들도 전부 복귀한 마당에 불평을 할 수도 없었고, 부족한 인력탓에 탐사는 커녕, 점점 강해지는 메테르들을 상대로 줄어드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며 버티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믹은 빌레타의 상황과는 별개로 다행이라 여겼다. 탐사를 나가지 않으면, 다가오는 메테르만 해치우면 되니까. 일부러 죽음 속에 뛰어들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사람들에게는 허풍을 떨었지만 믹은 여전히 메테르가 무서웠다. 그래서 그는 루멘이 싫었다. 죽고 싶지 않으니까! 그리고 어차피, 메테르를 무찌르는건 맥과 메릴이 할 일 아닌가? 자신이 책임질 필요 없는 일이었다. 다른 사람이라 봐도 무방할 자신의 능력들은 유능해서, 그들에게 맡겨두면 대부분 일들이 해결되었다. 기억나진 않지만, 비록 다른 사람 같지만 그건 어쨌든 '나'니까. 그래서 믹은 끊임없이 자기합리화를 하고 능력에 의존했고 모든건 '믹'이 한 일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동시에 그는 능력들을 싫어했다. 정확히는 질투했다는 말이 맞았다. 아이러니했다. 자신의 능력을 질투하는 루멘이라던가, 정작 조금만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워도 능력을 꺼내는, '믹 알폰스'가 스스로 한 건 하나도 없는데도. 

"난 루멘이 되고 싶다고 한 적도 없는데요? 그냥 평범한 사람이고 싶었다고요."

 그러나 사람들은 이를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야 빌레타는 루멘이 매우 부족했고, 믹이나 맥이나 메릴이나 그들 눈엔 다 똑같은 '믹 알폰스'로 보였으니 그의 말이 사실이건 아니건 개의치 않았다. 그를 말리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믹의 거짓말은 날이 갈 수록 심해졌고, 늘어났다.

*  *  *

 그러나 뿌린대로 거둔다고 하던가, 그 날도 맑은 날씨였다. 하늘은 고요했고, 적당히 기분 좋은 바람이 불었으며, 주변은 사람들로 시끌벅적했다. 꼭, 자신이 유명세를 얻기 시작한 날처럼. 똑같이 할아버지를 보러 갔고 여느 때처럼 자랑스러운 손자라는 칭찬을 받고 끔찍히도 가기 싫은 트라이안테 본부로 귀환하면 되는 날이었다. 분명 그랬어야했는데, 4년 전과 같은 비명소리가 들렸다. 4년 전 뿐 아니라, 지금까지 트라이안테이서 근무하며 들었던 모든 비명소리가 동시에 귀를 댕댕 울리는 것 같았다. 

 그의 할아버지가 일하는 가축 목축장,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를 알타이르 3마리가 사납게 사람들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믹은 앞뒤 안 가리고 도망가고 싶었다. 방패도 없는데 뭘 어쩌겠어! 그러나 지금 도망가면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겠는가? 여태까지 했던 거짓말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있었고 특히 기대를 받고 있는 기수인 만큼,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사람들이 거짓말쟁이라며 온통 손가락질 할 것 같았다. 이미 거짓말쟁이면서. 게다가 어쩌면 할아버지가 계실지도 몰랐기 때문에, 믹은 곧장 맥을 불렀다. 팀원도, 다른 트라이안테 대원들도 보이지 않았으니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다치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일 수 있어도, 할아버지에게 큰일이 나면 안되니까, 그런 이기적인 마음으로.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난 고작 '믹'인데. 이번에도 맥이 대신 해주겠지. 맥은 뭐든 해냈으니까.

 맥은 신나게 알타이르를 상대했다. 방패는 없었지만 호전적이었고 알타이르는 지금껏 몇 번 잡아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맥은 조금 고전했지만, 알타이르 한 마리를 때려잡았다. 피냄새만 나지 않는다면 흉폭해질 일이 없으니까, 어쩌면 안일한 생각을 했었을지도 모르겠다. 제 상처가 하나둘 늘어나는 줄도 모르고 그 때마다 알타이르는 큼직한 꽃잎 아래 돋아난 이빨 같은 것들을 달그락거리며 뻗어난 다리들을 움직였다. 점차 포악해지는 나머지 알타이르는 ‘가드득, 가드득’ 거리는 괴상한 소리를 내며, 꼭 머리를 물어뜯을 듯, 맥에게 달려들었고, 맥믹은 순간 얼어붙었다. 그리고 소리쳤다. 

“아무도, 아무도 …. 제발, 아무도 없어요….?! 제발…”

 그러나 이미 사람들은 그를 믿고 모두 떠난 후였고 외친 단말마가 메아리쳐 들릴 정도로 주변은 공허했다. '단신으로 메테르를 쓰러뜨린 루멘', '뭐든 유능한 그의 다른 분신들', '장래가 기대되는 기수의 대원'. 모든 수식들은 죽음을 앞둔 이 상황에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아,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의 마지막이 어땠더라?

 후회할 시간조차 없었다. 순간적으로 그는 왼팔을 들어 앞을 막았고 격통이 팔을 타고 흘렀다. 비명을 지르고, 바닥에 떨어져서 멀리서 들리는 요란한 소리들을 끝으로 그는 기절하고 말았다. 우습게도, 그 와중에 사람들이 뭐라고 자신을 손가락할지 걱정하면서.

*  *  *

 공개 기록: L-616

믹 알폰스. 18세. 남성. (빌레타 41년)

메모. 스캬마리 구조 이후, 해리성 정체감 장애(다중 인격)를 앓고있음.

상담 이유 : 빌레타 41년, 농업구역에서 3마리의 메테르와 혼자 대치후, 극심한 중상및 불안증세 발발. 

상담시작,

상담 중 - 해리성 정체감 장애(다중인격) 이 있는 것으로 판단.

ㄴ 스캬마리 구조 이전, 원인으로 눈 앞에서 믹 알폰스의 양부모의 사망정황 목격.

ㄴ 정신적으로 한계가 몰릴때마다 정신이 와해되는 것을 막기위해 인격이 새로이 작성되는 케이스로 판단 중.

ㄴ 각별한 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 41년 xx월 xx일 이후로, 믹 알폰스, 휴식을 권고함. 

*시간이?없어서...? 많이 타협?했더니, 뒤가 흐지부지되어버려서...? 날조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뒤는... 상상에 맞기겠습니다...)

글 : 지인 지원

 믹 알폰스는 쉽게 말해서 심약한 사람이었다. 같은 기수의 동기들이 점차 성장하고 트라이안테 대원으로서 거듭날 동안, 그에게는 큰 변화가 없었다. 물론 나쁜 길로 빠져들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겠으나 트라이안테는 빌레타의 존망을 책임지는 집단이었으므로 두려움은 극복하고 시련을 딛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믹은 책임지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고 누군가의 기대를 받는 일이 부담스러웠다. 그는 스스로를 갉아먹는 걱정과 불안감으로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 때 믹은 직면한 문제를 회피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몸이 좋지 않아서, 능력이 불안정해서 같은 사소한 이유를 대다가, 졸업을 1년 앞둘 때 즈음부터는 할아버지가 아프셔서, 집에 우환이 있어서 따위의 책임질 수 없는 거짓말로 외출을 일삼았다. 

믹 알폰스가 일을 치르게 되는 날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는 그저 할아버지가 보고 싶었고, 고학년이 되어 외출을 자주 할 수 있다고 믿는 심성 좋은 노인은 그에게 작은 심부름을 맡겼다. 8구역 남동쪽의 외곽에 위치한 집은 할아버지의 지인이 사는 곳으로, 믹이 워낙 자주 드나들어 제 집과 같은 곳이었다. 땡땡이를 치기도 했고, 주변 공기가 조금 미묘한 것 같았지만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마저 잊을 정도로 맑은 날씨였다. 하늘은 고요했고 적당히 기분 좋은 바람이 불었으며, 주변은 사람들로 시끌벅적했다. 어쩐지 들뜨는 기분에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걷는 길은 그야말로 완벽한 하루라해도 무방했다. 그러나,

“꺄아아악! 메테르다!”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잊을 수 없는 메테르의 포효 소리와 함께 구름처럼 나풀거리던 기분은 순식간에 진창에 처박혔다.  믹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머릿속에선 당장 일어나 도망가야한다 외치고 있었으나 발이 땅에 박힌 듯 도무지 움직일 수 없었다. 하다못해 능력이라도 사용해보려고 했으나 평소엔 어렵지 않던 변신이 오늘따라 마음대로 되지도 않았다. 애써 정신을 차려 겨우 한 걸음 뒤로 물러섰을 때는, 이미 눈 앞에 메테르가 보라색 눈을 번뜩이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뇌리에 ‘끝’이라는 단어가 스쳐지나가고 눈을 질끈 감아 고통 없이 지나가길 바랄 뿐이었으나,

 소리가 공포를 대신할 뿐이었다. 도저히 눈을 뜰 자신이 없어 한참을 가만히 있었으나 여즉 아무렇지도 않아 실눈을 뜨니, 집체만한 메테르가 제 앞에 쓰러져있는게 아닌가. 주위엔 무기도, 능력의 흔적도 없었다. 분명 직전까지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던 메테르와 자신만이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 얼떨떨한 상태에서 겨우 몸을 일으키자 뒤늦게 따라온 트라이안테 대원이 믹을 발견하곤 아는척을 했다.

“얘, 괜찮아? 어, 너 헤르난 아카데미에 다니는 애지?”

“...네.”

“천만 다행이네. 네가 마무리한거야?”

“...네.”

“대단하네~. 고생했어. 얼른 돌아가. 혹시 다쳤거나 아프면 꼭 말하러 와야한다?”

 믹은 분명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이 메테르를 무찔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에게 격려와 칭찬을 아낌없이 주었다. 믹은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띄었다. 사람들이 제게 거는 기대가 더 이상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래, 믹은 메테르를 쓰러뜨렸다. 어떻게 쓰러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메테르가 쓰러졌을 때 근처에 있던건 자신 뿐 아니었는가? 소문은 믹의 입을 통해 믹의 할아버지에게로, 옆집 형, 사육사 동료 등에게로 순식간에 퍼져갔다. 믹은 어느새 ‘아카데미를 졸업하기 전에 메테르를 쓰러뜨린 루멘’ 이 되어있었다. 이 얼마나 손쉬운 방법인가? 영웅이 되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 희생정신? 그는 단 한마디의 말로 영웅이 되었다. 

그 날, 믹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뭐 어떤가? 들키지만 않으면 되지.